다양한 원소, 다채로운 엘리멘탈의 이야기
한 불 원소 부부가 돛단배를 타고 안개에 뒤덮인 바다를 가르며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비추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그렇게 불 원소 부부는 여러 원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도시인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하게 된다. 짐을 챙기고 배에서 내린 부부는 엘리멘트 시티 입국을 위해 검문소로 향한다. 담당관에게 입국 서류를 제출한 뒤, 이름이 뭐냐는 그의 질문에 자신들의 이름을 자신들의 언어로 설명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못 알아들은 담당관은 당황하면서 그냥 이름을 버니와 신더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며 서류에 도장을 찍어준다. 마침내 도시에 들어선 둘은 형형색색의 도시와 여러 원소들이 어울리고 화합해 생활하는 광경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한 부부는 주인공인 엠버의 부모님이다. 엠버가 성장하고 버니의 가게인 파이어플레이스를 물려받을 나이가 가까워졌을 때 엠버는 가게에서 일을 한다. 엠버는 손님들을 대하는 게 어려워 자꾸 화가 나 실수를 많이 한다. 하지만 가게에서 일을 배울수록 엠버는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된다. 몇 년 뒤 버니는 엠버에게 레드 닷 행사를 무사히 끝내면 가게를 물려주겠다고 말한다. 엠버는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이 많을수록 진상도 많은 법. 세일 항목이라고 표시하기 위해 붙여 둔 스티커를 사겠다며 모조리 떼어서 계산대에 한 무더기 가져오거나, 쇼핑하다가 화분을 깨먹거나, 계산하기도 전에 음식을 먹으려 하는 등 온갖 종류의 진상 손놈들이 판을 치고 또다시 화가 점점 쌓이는 앰버는 잠깐 자리를 비운 뒤 아무도 없는 가게 지하실로 달려가 꾹 참아 온 분노를 아주 크게 터뜨린다. 그런데 화를 터뜨린 그 순간 지하실에 연결된 수로 파이프가 흔들리더니 이내 균열이 생겨 물이 터져 나온다. 앰버는 급한 대로 우산을 챙겨서 이를 방패 삼아 파이프에 다가간 후, 손으로 파이프를 녹여 균열을 막는다. 하지만 이미 지하실 바닥엔 물이 가득 찬 상태였고, 앰버는 왜 이렇게 화를 못 참냐며 자기 자신을 탓한다. 이때 앰버의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가 물에 둥둥 떠서 저절로 움직이더니, 뒤이어 그 속에서 물 원소의 남자인 웨이드가 사진을 보고 울면서 등장한다. 그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반대쪽 강에서 물이 새는 일을 조사하다가 빨려 들어와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하며, 이거 때문에 또 직장을 잃을 순 없다고 울어댄다. 가게를 본 웨이드는 울면서 위반 딱지를 끊어야겠다고 말한다. 엠버는 웨이드를 막기 위해 쫓아가지만 웨이드는 이미 신고서를 제출한 뒤였다. 웨이드는 이미 신고를 한 상태에서 엠버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엠버에게 담당자에게 가서 설득해 보라고 한다. 하지만 설득을 하지 못하고 웨이드는 게일에게 말해 보자고 하고 게일을 만나러 같다. 처음엔 엠버와 게일이 서로 적대적으로 대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풀리고 다른 문제를 찾는다. 엠버와 웨이드는 같이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게 되고, 서로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면서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엘리멘탈의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와 비밀
엠버 루멘(성우: Leah Lewis, 정유정) - 주인공: 강인하고 민첩한 불 원소 여성.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츤데레이자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화가 폭발하면 불꽃이 보라빛으로 변하며 주변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버릇이 있다. 화끈한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여 화를 잘 참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 웨이드를 만난 이후에는 화가 나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진정하는 등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웨이드 리플(성우: Mamoudou Athie, 박선영) - 주인공: 재미있고 기운 넘치는 유쾌한 물 원소 남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것을 추구하며 하도 감수성이 풍부하다 보니 울보다. 엘리멘트 시티 시청 조사관으로 우연히 파이어플레이스에 난입해 엠버와 인연을 맺는다. 앰버가 손재주와 임기응변이 뛰어나다면 이쪽은 기억력과 공감력, 관찰력이 뛰어난 편으로, 복잡하게 어질러진 상태였던 파이어 플레이스 지하실에 잠깐 있다가 나온 것만으로 무려 30가지의 범칙 사항을 적발해 메모했다. 버니 루멘(성우: Ronnie Del Carmen, 이장원) - 엠버의 아빠: 엠버의 완고한 아버지이자 신더의 남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신더와 함께 본래 살던 파이어랜드에서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한다. 식료품점인 파이어플레이스를 개업하면서 엘리멘트 시티에 불 원소들이 거주하는 마을인 파이어타운이 생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엘리멘트 시티에서 살게 되면서 불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았기에 다른 원소와 섞이는 것, 특히 물 원소는 상성이 안 맞아서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도 이런 아버지 캐릭터가 흔히 그렇듯 가족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고 일단 마음을 열면 꽤 호탕한 면모도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즐기다, 엘리멘탈의 다채로운 관객 반응
원소를 다채롭게 활용한 참신한 상상력이나 캐릭터 설정, 주연 캐릭터 간의 관계성, 감동적인 스토리는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CG나 영상미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명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편이라 적어도 티켓값은 하는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물과 불이라는 원소 캐릭터의 특성을 다루며 광물에 발을 디딜 때마다 변하는 부분이나 물이 끓어오르는 디테일, 폭발할 때의 이펙트는 그동안 픽사가 이러한 불 표현보다 물과 얼음에 집중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첫 시도에서 꽤나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상극인 불 원소 캐릭터와 물 원소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이들이 우연히 만난 후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를 사랑하기까지 이르게 되는 서사가 본 작품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앰버와 웨이드 이외의 캐릭터들도 서로의 배경이나 견해의 차이로 인해 크거나 작은 다툼을 겪기도 하지만 이윽고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작품은 악역이나 반동인물이라고 여겨질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기도 한다. 불 원소가 아시아 이민자에 대한 비유이다 보니, 예고편에도 나온 뜨거운(매운) 음식과 큰절을 비롯한 전체적인 문화나, 불 원소들의 영토인 파이어랜드에서는 푸른 불꽃으로 모두가 이어져 살고 있었던 점, 그리고 앰버가 태어났을 때 앰버의 부모가 그 푸른 불꽃의 일부인 랜턴에서 푸른 불꽃을 앰버에게 옮겨 붙이는 모습에서 유추되는 ‘공동체와 전통을 중시하는 생활상’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등, 한국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편이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전반적인 관람객 평이 좋은 것도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으로 읽힌다. 픽사의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서사 및 개연성은 다소 부족할지언정, 무난한 서사에 버무려진 원소의 세계라는 참신한 묘사 및 연출, 그리고 과학적 원리에 따라 원소들이 서로 얽히며 발생시키는 관계성에 대해서는 호평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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